탄소배출권 시장, 보이지 않는 비용의 탄생
탄소는 이제 가격이 붙는 자원이 되었다. 예전에는 공짜였던 공기 중 탄소배출이, 이제는 엄연히 비용으로 환산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탄소배출권 시장이다. 탄소가 화폐처럼 거래되는 공간, 그것이 바로 이 시장의 본질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배출이 수치화되고, 기업의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배출권 거래제의 작동 방식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ystem)는 정해진 총량 안에서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배출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정부는 국가 혹은 산업 전체에 허용 가능한 총 배출량을 설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기업들에게 배출권을 배분한다. 기업은 자신에게 할당된 만큼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으며, 초과하면 다른 기업에게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이 거래제는 시장원리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데 초점이 있다. 탄소배출 비용이 생기면, 기업은 자발적으로 감축 노력을 하게 된다. 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그것을 팔아 수익을 얻고, 부족한 기업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기술혁신과 효율 개선이 촉진된다. 시장 가격이 말해주는 탄소의 무게 탄소배출권 가격은 수요와 공급, 정책, 산업계의 배출 추이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유럽의 ETS에서는 최근 톤당 100유로를 넘는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전력 생산, 철강, 시멘트 등 다배출 업종에 직접적인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며, 해당 산업의 전략에 큰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5년부터 ETS를 시행하며 초기에는 정부가 대부분 무상 할당을 했지만, 점차 유상 경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배출권의 가격을 경영 전략에 반영하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가격이 높아지면 감축 유인이 강해지고, 기술투자나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이 뚜렷해진다. 왜 거래제인가: 규제가 아닌 유인 전통적인 환경정책은 규제 중심이었다. 일정 기준을 넘기면 벌금이나 제재가 따랐지만, 배출권 거래제는 '보상과 거래'를 핵심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