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문제점, 재정·형평성 논란과 해법

 


기본소득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다. 이는 국가가 시민에게 보내는 새로운 형태의 신뢰 선언이며, 동시에 엄청난 사회적 실험이다. 이상적으론 완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늘 숫자와 조건,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기본소득은 그 자체로 하나의 ‘대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과정은 매우 세속적이고 복잡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을 ‘불가피한 미래’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민의 다수가 아직 선뜻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모두에게 주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그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벽, 재정의 현실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국민 1인당 월 30만 원을 지급할 경우, 연간 예산은 약 180조 원에 이른다. 이는 현재 정부 전체 예산의 30% 이상이다. 지금도 나라 살림은 빠듯하다. 복지, 국방, 교육, 산업정책 등 필수 영역의 예산을 줄이지 않고는 충당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탄소세, 토지세, 데이터세 등의 신세원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토지이익배당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발상이다. 개념은 설득력 있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정치적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조세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토지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 전반의 위축도 우려된다.

또한 탄소세나 데이터세는 아직 제도화조차 되지 않은 영역이다. 국제적 기준, 산업 영향, 징수 방식 등 정교한 설계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요컨대, 이재명식 기본소득이 기대는 재원들은 아직 '잠재적 가능성'에 불과하다. 국민이 체감할 만한 실현 가능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두 번째 논란, 형평성의 딜레마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점이 가장 큰 논란이기도 하다. 왜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도,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줘야 하냐는 질문은 상식적이다. 지금의 선별적 복지는 제한된 재원을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 우선 배분하자는 원리다. 이에 비해 기본소득은 부자에게도 돈을 준다. 이게 과연 정의로운가?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복지를 유지하면서 기본소득을 더하겠다’고 말한다. 즉, 선별 복지와 보편 복지를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진다. 게다가 기존 복지 수혜자들은 기본소득으로 인해 오히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는 손해를 보지 않더라도, 심리적 박탈감은 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금액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적은 사람에겐 생계의 기초가 되지만, 고소득자에겐 그냥 ‘추가 용돈’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이 가진 '보편적 정의'는 때때로 현실에서 '형평성의 왜곡'으로 비춰질 수 있다.


세 번째 우려, 근로 의욕과 도덕적 해이

기본소득 비판론에서 빠지지 않는 주장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공짜 돈이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물론 이는 단순화된 시각이다. 실제로 여러 해외 실험에서 기본소득이 노동 의욕을 현저히 떨어뜨렸다는 증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보다 ‘인식’이다.

국민 다수가 이 제도를 불공정하다고 여기면, 정책은 실질 효과를 내기 전에 사회적 반발로 무너질 수 있다. 특히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나는 일해서 세금을 내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안 하고 기본소득을 받는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이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 “기본소득은 일하지 않게 만드는 제도가 아니라, 생존을 보장한 후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구체적인 통계와 사례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이념적 선언만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이재명식 해법, 가능성과 한계

이재명 정부는 ‘부분적 기본소득’이라는 현실적 절충안을 꺼내들고 있다. 예컨대 청년, 농민 등 특정 계층에 한해 기본소득을 지급하거나, 일정 금액 이하의 저소득층을 우선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는 전면적 도입에 앞서 사회적 실험과 공론화를 진행할 수 있는 유효한 접근이다.

또한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함으로써 소비를 지역에 한정시키고, 경제 순환 효과를 강화하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적 기본소득’이 과연 원래 제안했던 철학과 비전을 얼마나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제도 설계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로 인해 이상이 훼손된다면 정책의 추진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