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AI와 국방이 만든 경제 신화

 


기술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일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팔란티어의 행보는 그 어떤 실리콘밸리 기업보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팔란티어라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서사에는 국가, 안보, 인공지능, 그리고 자본시장이 얽혀 있는 독특한 긴장감이 존재합니다.

2003년 피터 틸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세운 팔란티어는 미국 정보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성장한 빅데이터 분석 기업입니다. 본사는 콜로라도 덴버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 인프라는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테러 방지 목적의 정보 분석이 주요 임무였으며, 미국 CIA와의 관계는 지금도 이 회사를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팔란티어는 과거와는 다릅니다. 정부 계약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상업 부문으로 무대를 넓혔고, 그 중심에는 AI가 있습니다. 팔란티어의 상업 부문 매출은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71%나 성장하였습니다. 전체 매출은 약 8억 8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기업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AIP, AI 시대의 게임체인저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인 AIP(Palantir AI Platform)는 단순한 머신러닝 툴이 아닙니다. 기업 내부의 복잡한 데이터 흐름을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시스템은 제조, 금융, 항공, 에너지 산업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데이터 보안과 정밀도 측면에서 타 경쟁사들과 뚜렷한 차별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AIP의 또 다른 특징은 'Forward Deployed Engineers(FDE)'라는 독특한 인력 구성입니다. 이들은 고객사의 현장에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범용화하여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팔란티어가 단순한 SaaS 기업이 아니라 실시간 문제 해결형 기업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방 계약과 시장의 반응

2025년 상반기 동안 팔란티어는 미국 ICE(이민세관국)와 약 3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 국방부와는 7억 9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는 팔란티어가 여전히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방 예산 확대와 정보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팔란티어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팔란티어의 주가는 올해 들어 90% 가까이 급등하였습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소액 투자자들의 지지가 두드러졌습니다. CEO 알렉스 카프는 직접 유튜브와 투자자 서한을 통해 기업의 철학과 전망을 공유하면서,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의 특이한 카리스마와 '의외로 철학적인' 화법은 기업 이미지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윤리 논쟁과 경제적 시사점

팔란티어가 다루는 데이터의 성격상 프라이버시와 감시, 윤리 문제는 항상 따라붙습니다. 특히 ICE와의 계약은 인권단체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 이미지에 있어 이중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한편으로는 강력한 기술력을 의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감시 자본주의라는 불편한 꼬리표를 붙이게 됩니다.

그러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팔란티어는 단순한 테크 기업이 아닙니다. 이 회사는 국가 안보라는 틀 안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AI 기반 기술을 통해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이는 매우 드문 조합입니다. 고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종목은 언제나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과열된 주가는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팔란티어의 밸류에이션은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면 다소 과도하게 평가되어 있습니다. 이에 일부 투자은행들은 '중립' 혹은 '언더퍼폼'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시야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 기업이 보여주는 사업 구조와 기술력, 그리고 정부와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입니다.


경제 방향의 시험지

팔란티어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 회사를 넘어, AI 시대의 전략적 거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방과 AI, 안정성과 혁신, 기술과 윤리라는 상반된 요소들이 한데 얽혀 있는 이 기업의 이야기는, 오늘날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관심과 논란은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향후 팔란티어의 행보는, 기술 기업이 정치와 경제를 어떻게 재편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