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을 묻다, 이재명 시대의 분배 철학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은 언제나 ‘돈’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은 ‘정의’로 귀결된다.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나눠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단지 경제정책을 짜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 체계를 설계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은 그 중심에서 “분배의 철학”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소득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공정’은 무엇이며, 그것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그것이 기존의 복지 논리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려 한다.


분배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분배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이해하려 한다. 재화와 소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분배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기회’의 분배, ‘존엄’의 분배, 그리고 ‘정책의 접근성’에 주목한다.

한국 사회는 기회의 불평등이 구조화되어 있다. 출발선이 다르고, 과정의 불공정이 축적되면서 결과는 당연히 불평등하다. 기존의 복지정책은 이 결과만을 보완하려 한다. 하지만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출발선부터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국가는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자산을 보장해야 한다’는 철학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이란 단순한 현금이 아니다. 이는 시민으로서 살아갈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의 조건이다. 즉, 기본소득은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실천적인 제안이다.


공정은 똑같음이 아니라, 적절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주 “공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공정은 단순히 ‘같이 나누자’는 수준이 아니다. 그는 현실의 불균형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조정된 공정’을 주장한다. 즉, 같은 것을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다른 방식으로 적절히 나누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그 철학을 제도화한 장치다. 모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지만,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계층마다 다르다. 저소득층에겐 생존의 버팀목이 되고, 중산층에겐 소비 여력을 확장시키며, 고소득층에겐 사회적 연대의 의미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비대칭적 효과를 통해 사회 전체가 ‘적절한 분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기존 복지의 ‘차등적 지원’과는 다른 접근이다. 전통적인 복지는 ‘필요한 사람에게만’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반면, 기본소득은 ‘모두가 존엄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차이는 그 철학의 깊이에 있다.


분배의 정치학, ‘불만의 연대’를 넘어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왜 일도 안 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줘야 하냐.” 이는 표면적으로는 공정성의 주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만의 정치’가 투영된 결과다.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사회에 대한 신뢰 부족이 이런 질문을 만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바로 이 지점을 문제 삼는다. 그는 기본소득을 통해 사회 구성원 간의 불신 구조를 깨고자 한다. “당신이 어떤 처지에 있든, 국가는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제도화함으로써, 공동체의 연대를 회복하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정치철학이다. 단기적인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 구조의 재설계다. 그리고 그 재설계는 단지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고소득층, 심지어 자본가에게도 유의미한 ‘안정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분배가 잘 되는 사회일수록, 모든 계층이 더 안전해진다는 점은 수많은 경제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분배는 곧 미래에 대한 투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을 ‘지출’이 아니라 ‘투자’라고 말한다. 이는 분배에 대한 전통적 시각을 완전히 전환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는 인간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그 투자로 인해 노동시장, 지역경제, 사회복지 전반이 긍정적으로 재구성된다고 믿는다.

실제로 기본소득은 소비를 자극하고,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리며, 교육과 창업 같은 생산적인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가족 내 돌봄 부담을 줄이고, 정신 건강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 모든 것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들이다.

분배는 사회를 유지하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다.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바로 그 지점을 꿰뚫고 있다. 그는 국가의 역할을 ‘조정자’에서 ‘보장자’로 확장하려 한다. 그 보장의 핵심이 바로 기본소득이고, 그 보장은 곧 새로운 사회계약의 기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