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문제점 분석, 서민 주거권을 지키는 해법은?

 


변화하는 도시, 사라지는 터전

도시는 끊임없이 변한다. 오래된 건물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상점과 고급 주택이 들어선다. 이를 두고 일부는 발전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이면에 감춰진 그림자를 지적한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처음엔 낙후된 지역이 개선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원주민이 밀려나고 서민 주거권이 위협받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의 퇴거 명령

젠트리피케이션은 주로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발생한다. 행정기관이나 민간 자본이 투입되어 노후화된 지역이 정비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새로운 중산층 이상의 인구가 유입된다. 겉보기에는 활기찬 도시로 탈바꿈하지만, 그 지역에 터를 잡고 살던 서민들은 갑작스러운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쫓겨난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의 경리단길, 성수동, 망원동 등이다. 이들 지역은 독특한 문화와 소규모 상점이 어우러지며 주목받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부동산 투기 자본이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수배로 뛰었다. 자영업자는 물론, 세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자본의 논리에 밀리는 공동체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자본은 이익을 좇아 움직이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의 삶은 고려되지 않는다. 결국,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한 지역으로 밀려나고, 부유한 계층은 도시의 중심을 장악한다. 도시 안에서 계층 분리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소비 패턴에서도 확인된다. 기존의 동네서점, 작은 식당, 수공예점은 대기업 브랜드나 고급 레스토랑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이는 소득 양극화와 맞물려 도시 전체의 경제 생태계를 왜곡시킨다. 다양성과 창의성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소비 공간만 남게 된다.


서민을 위한 도시 만들기, 가능한가?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도시를 개선할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첫 번째는 정책적 개입이다. 임대료 상한제나 장기 임대주택 확보, 원주민 우선권 보장 등의 제도는 서민 주거권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장기 세입자를 위한 계약 보호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두 번째는 공동체 중심의 도시재생이다.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니라, 주민과 협력하여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의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사례처럼 주민이 주체가 되는 개발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다.

세 번째는 지역 내 자산화 전략이다. 공공이 일정 지역의 부동산을 확보하고, 이를 지역 주민이나 사회적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지역 경제가 외부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 주민의 경제적 자립도 도모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도시를 위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도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단순히 자본의 이익을 위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고, 각자의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도시야말로 건강한 도시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도시는 고급화된 외관보다,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이 살아 있는 도시 아닐까.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직시하고, 정책과 제도를 통해 서민의 삶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