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의 역사, 복지국가 과연 꿈인가?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세기 동안 철학자,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응답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오래된 물음에 현대적 언어로 대답하고 있다. 그의 기본소득은 단지 한 사람의 정책이 아니라, 역사를 딛고 선 하나의 사회적 선언이다.
이 글에서는 기본소득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세계 각국은 어떤 실험을 해왔는지,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꿈꾸는 복지국가는 그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보고자 한다.
기본소득의 뿌리, 고전적 이상에서 사회계약까지
기본소득의 사상적 뿌리는 놀랍게도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발상을 제시했으며, 18세기 토마스 페인은 『토지 정의』에서 기본소득의 초기 개념을 구체화했다. 그는 “국가는 모든 시민에게 일정 소득을 분배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기본소득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두 이념의 경계에서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자유주의자들은 그것을 시장 자유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사회주의자들은 인간 존엄의 최저선으로 해석했다. 결국 기본소득은 이념을 초월해,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점점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바로 이 맥락에서 ‘국가의 재설계’라는 함의를 갖는다. 복지정책을 시혜가 아닌 권리로 바라보는 것.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을 국가가 전제하고, 그에 필요한 생존 조건을 제도화하는 것. 이것이 그가 말하는 복지국가의 핵심 철학이다.
세계는 이미 실험 중이다
기본소득은 단지 한국만의 논의가 아니다. 이미 전 세계는 다양한 형태로 이 제도를 실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핀란드다. 2017~2018년 동안 정부는 2,000명의 실업자에게 매달 560유로를 지급했다. 그 결과는 간단치 않았다. 고용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수혜자들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 건강은 확연히 개선됐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미국의 알래스카주, 독일, 네덜란드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시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석유 수익의 일부를 주민에게 ‘영구기금 배당금’ 형태로 매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소득의 유일한 장기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한국 사회에 맞는 ‘한국형 기본소득’을 설계하고 있다. 단순한 복사판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경제 체계, 재정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설계다.
이재명식 복지국가, 새로운 계약의 시도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 구상은 단순한 제도 도입이 아니다. 그것은 ‘복지국가 모델’의 전면 재설계다. 기존의 한국 복지국가는 선별성과 시혜성을 기반으로 했다. 지원받기 위해선 복잡한 조건을 충족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낙인과 행정비용이 뒤따랐다.
그는 이 구조를 과감히 바꾸려 한다.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책의 실질적 효과와 지역경제와의 연계를 동시에 추구한다. 복지와 경제, 권리와 효율이라는 두 축을 하나로 묶는 전략이다. 말하자면,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건, 이재명식 복지국가가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함께 껴안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국민을 신뢰하고, 국민은 그 국가를 다시 신뢰하게 만드는 것. 기본소득은 그 매개다. 국가가 무조건적으로 나를 인정해줄 때, 나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되찾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존엄의 조건’이라는 말은 그래서 공허하지 않다.
한국형 기본소득의 길, 복지와 성장을 함께 설계할 수 있을까
이재명식 기본소득의 특징은 ‘복지정책이자 경제정책’이라는 점이다. 그는 기본소득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내수를 확대하며, 저성장 시대의 경제 활력을 찾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분배정책을 넘어, 성장 전략의 일부로 기본소득을 배치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큰 건 역시 재정이다. 세금 저항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기존 복지와의 관계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이 과제들은 단지 정책의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리더십의 역량과도 직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을 통해 ‘한국형 복지국가’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그것은 단지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계약을 구성하는 시도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