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감액 기준, A값 넘는 월소득이 509만 원 미만이면 면제
일하며 연금 받는 시대, 감액제도는 왜 여전히 존재할까
대한민국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시작해 어느덧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노후를 보장받는 기초소득”이라 여기지만, 연금 제도는 그렇게 단순한 구조가 아닙니다. 특히 일정 나이 이상에서 국민연금을 수급하면서도 노동을 병행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감액제도’에 대한 불만도 함께 자라왔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 수급자가 월 309만 원(A값)을 초과하는 소득을 벌면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일을 더 하면 연금이 깎인다’는 아이러니한 구조입니다. 그것도 최대 50%까지 감액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고령 근로자들이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해 왔습니다.
이런 감액제도는 단순한 벌칙이 아닙니다. 제도의 재정 건전성과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이긴 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하고, 생계도 오래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감액제도의 현실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509만 원’까지는 감액 없다
정부는 마침내 이 구조적 모순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시행 예정인 국민연금 개편안에 따르면, 월소득이 A값을 초과하더라도 200만 원까지의 초과분은 감액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즉, A값 309만 원 + 초과분 200만 원 = 총 509만 원 이하 소득까지는 연금 감액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 말은 곧, 월 509만 원 미만의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노령연금 수급자는 연금 전액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실질적으로 수급자의 경제활동을 억제하는 장애물이 하나 제거되는 셈이죠.
그간 A값 초과 구간에 따라 100만 원 단위로 감액률이 적용돼 왔고, 그 기준은 오래된 ‘설계 논리’에 근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령층의 노동참여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단순히 일해서 버는 돈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제도는 현실을 반영할 때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감액 폐지 논란과 ‘형평성’이라는 또 다른 과제
이번 개편안은 물론 환영받을 만한 조치지만, 사회적 논쟁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연금을 많이 받는 고소득 수급자들이 실질적 수혜를 더 본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됩니다. 실제로 월 516만 원 소득이 있는 경우, 기존에는 연금이 소폭 감액됐지만 이제는 전액 수령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액 폐지’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정 부담과 세대 간 형평성 문제입니다. 지금의 연금은 미래 세대의 보험료로 유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노령세대에게 혜택을 확장할수록 후세대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개편과 동시에 연금재정 안정화 방안, 예컨대 보험료율 인상이나 연금 지급 시기 조정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결국 한쪽을 바꾸면 다른 쪽도 함께 조정해야 하는 것이 연금의 세계입니다.
감액 기준 완화, 단순한 혜택이 아닌 기회로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닙니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사회적 역할을 지속하고 자존감을 지키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509만 원 이하 무감액’ 기준 완화는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이 혜택은 ‘기회’일 뿐이지 만능은 아닙니다. 아직도 국민연금 제도 전반에는 손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보험료율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낮고, 지급액도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연금개혁은 마치 고장 난 벽시계를 하나하나 수리해 나가는 일과 같습니다. 하나를 고치면 다른 부위의 문제도 눈에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연금은 세대 간 신뢰의 약속이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재정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보내는 ‘신뢰의 약속’입니다. 우리가 지금의 수급자를 위해 보험료를 내는 이유는, 우리도 언젠가는 그렇게 받게 될 거란 믿음 때문입니다. 그 믿음이 흔들리면 연금 제도 전체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감액 기준의 완화는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수급자의 노동을 존중하고, 경제활동을 억제하지 않겠다는 사회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정책은 숫자로 설계되지만,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은 신뢰의 설계입니다.
지금의 변화가, 국민 모두에게 조금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노후를 안겨주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