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진실, 이재명 정부가 속도 올렸다는 보도는 사실일까?

 


‘전세의 월세화’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되었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전세를 월세로 빠르게 전환시켰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마치 정부 정책 하나로 시장 전체가 출렁였다는 식의 보도는 듣는 이의 불안을 부추기기 딱 좋은 문장들입니다. 하지만 사실일까요?

사실을 말하자면, 월세화는 이미 10년 이상 전부터 진행되어 온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특정 정권의 단기적 정책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시장 데이터와 경제적 맥락을 통해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계로 보는 월세 비중 증가, 그러나 그 원인은?

2025년 상반기 기준, 전국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1.6%에 달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이 수치는 63.9%로 치솟으며 전세보다 월세가 더 일반적인 임대 형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누군가는 이 숫자를 들어 “이재명 정부 들어 전세가 무너졌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월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먼저 전세 사기 문제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한순간에 날린 피해자들의 사례가 연일 보도되며, 전세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전세 제도가 아무리 유리하다고 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큰 부담입니다.

여기에 전세대출 규제 강화입주 물량 감소가 겹쳤습니다.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 갭투자 억제를 위한 정책 변화는 전세를 공급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리스크로 작용했습니다. 아파트 공급 자체도 예년보다 줄어들며, 전세 시장은 자연스럽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준금리의 상승은 결정적인 변수가 됐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 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하는 것보다, 매달 고정적인 수입을 얻는 월세가 더 매력적인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이는 투자 대비 수익률, 즉 수익형 자산으로서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촉진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진짜 월세화를 가속시켰나?

이쯤에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재명 정부가 월세화를 가속시켰는가?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다’가 맞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시행된 주요 부동산 정책들을 보면, 오히려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던 시도들이 많습니다. 임대차 시장을 교란시켰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면서도,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나 실수요자에 대한 세금 완화, 대출 규제 완화 조치들이 연이어 발표됐습니다. 전세대출의 보증 요건이나 조건이 다소 까다로워진 측면은 있지만, 이는 정부의 직접적 의도라기보다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입니다.

한편, 월세화 흐름은 2020년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시기부터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임대차 시장의 큰 전환점이 마련되었고, 이 변화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계속된 것입니다.


전세의 종말이 아닌, 제도 재정비의 기회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일반화입니다. 현재도 여전히 서울 외곽이나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전세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며, 일부 고소득층은 월세보다는 전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합니다.

다만,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 흐름은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전세냐 월세냐’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 다양한 임대 형태가 공존하는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전세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월세화가 진행되는 만큼 그에 맞는 사회안전망과 세제 개편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세 세액공제 확대, 청년 및 신혼부부 대상 월세 바우처 제도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는 정책보다 구조가 만든다

정치는 이벤트지만, 경제는 구조입니다. 단기간의 정책이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일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지금의 월세화 흐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지만, 그 흐름의 본질은 전세 제도의 구조적 피로감, 시장 신뢰 저하, 금융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복합적 결과입니다.

따라서, 언론의 일부 주장처럼 특정 정권 하나를 겨냥해 책임을 몰아세우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구조적 해석입니다.

‘전세의 월세화’는 정부가 만든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장이, 구조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현실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흐름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주거 정책을 설계해 나가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