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의 진짜 얼굴: ‘양질의 일자리 부족’인가, ‘노동 의지 상실’인가
“요즘 애들은 일하려는 의지가 없어.” “일자리가 없긴, 가릴 것 다 가려서 그렇지.” 이런 말들을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청년실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죠. 그런데 이 말, 과연 사실일까요? 혹은 진실의 일면만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마주한 청년실업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복잡하고, 사회적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쉬었음 청년'이 의미하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약 40만 명에 이릅니다. 이 수치는 단순히 일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실제로 ‘쉬었음’을 선택한 청년 중 절반 이상이 ‘구직 경험이 있었고, 지금은 일시적으로 쉬는 중’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쉬는 중’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취업 시장에 여러 번 부딪힌 끝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청년이 대부분입니다.
‘쉬었음’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입니다. 2025년 조사 결과, 약 38.1%가 이 이유를 꼽았습니다. 과연 이들은 일을 하기 싫어서일까요? 아니면 ‘일할 만한’ 조건의 직장을 찾지 못해서일까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구조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청년들에게는 ‘보람과 안정’을 함께 갖춘 일자리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비정규직 채용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청년층은 직장 내 갑질, 낮은 초임,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그렇다 보니 청년들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감내’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숫자가 아닌, 일자리의 ‘질’이 청년 고용을 좌우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인턴·수습 중심의 경력 쌓기 강요, 자격증 취득 등 과잉 경쟁은 청년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노동의지 상실이 아닌, 번아웃
‘요즘 청년들은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은 표면적인 현상만 본 진단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은 반복된 낙방, 불확실한 미래, 부모 세대보다 나아지기 어려운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깊은 무기력감에 빠집니다. 이를 '노동의지 상실'이라 표현하기보다, 오히려 '번아웃'이라 해석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 번아웃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합니다. 무작정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어떤 조건과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쉬고 있는 청년의 다수가 ‘다시 일하고 싶다’는 내면의 열망을 품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해 줍니다.
청년실업의 해법,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왜 청년들이 일하지 않지?”가 아니라, “왜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나?”라고 말입니다. 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그 의지를 펼칠 수 없는 ‘구조적 벽’에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 노동시장 유연화와 동시에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청년에게 단순한 직업 훈련이 아닌, 삶의 방향을 설계할 수 있는 교육과 멘토링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을 신뢰하는 사회적 시선입니다.
청년은 게으르지 않습니다. 단지, 그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트랙이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트랙을 만드는 일은,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야 할 몫입니다. 청년실업은 곧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