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경제지표로 진실을 말하다: 숫자로 보는 고용의 민낯
우리는 숫자에 쉽게 안도하거나 절망한다. 2.6%, 9.3%, 0.7% 같은 실업률 수치는 뉴스 속에서 마치 주식 시세처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이 숫자들이 담고 있는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실업률은 경제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하지만 때론 이 숫자가 진실을 감추는 장막이 되기도 한다. 고용시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이 숫자만으로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는다.
실업률이라는 숫자 뒤에는 오늘도 출근을 포기한 사람, 이력서를 쓰다 지쳐버린 청년, 생계를 위해 임시직을 전전하는 중년의 삶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실업률이란 경제지표가 정말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왜 숫자 너머를 읽어야 하는지를 함께 짚어보려 한다.
실업률이 낮으면 모두가 행복할까?
공식 실업률은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인구 중에서 실제로 일자리를 갖지 못한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겉으로 보기엔 간단하다. 실업자가 줄어들면 실업률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단순할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장기간 구직을 하다가 결국 포기한 사람은 더 이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며 통계에서 사라진다. 마치 무대에서 퇴장하듯, 숫자에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사회 전체의 고용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게다가 시간제, 계약직, 플랫폼 노동 등 비정규직 고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취업자 수 증가’가 곧 ‘양질의 일자리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지표는 숫자를 말하지만, 사람은 숫자만으로 살지 않는다.
청년실업, ‘통계적 착시’의 대표 사례
청년실업률은 늘 사회적 관심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계가 전하는 진실은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보통 전체 실업률보다 두세 배 높게 나타나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청년들이 있다.
공시 준비생, 취업준비생, 프리랜서, 단기 아르바이트 종사자들. 이들은 통계적으로는 ‘취업자’로 잡히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아예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기도 한다. 즉, 실업률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 인구가 많을수록, 숫자는 현실을 왜곡한다.
특히 ‘구직단념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더 깊은 문제다. 일자리를 구할 의욕 자체가 꺾인 사회. 이는 단순히 노동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넘어, 청년 세대가 미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이탈하게 되면, 국가의 생산성 저하는 피할 수 없다.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로 읽는 또 다른 진실
그래서 실업률만 가지고 경제를 진단하는 것은 의사의 청진기 하나로 환자의 병을 다 알아내겠다는 것과 같다. 실업률과 함께 반드시 봐야 할 지표가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다.
고용률은 전체 인구 중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가진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두 지표를 함께 봐야 노동시장의 진짜 온도를 가늠할 수 있다.
예컨대 실업률이 낮으면서 고용률도 높고,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고 있다면 이는 고용시장이 건강하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업률이 낮더라도 고용률이 낮거나 경제활동참가율이 줄고 있다면, 사람들은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실업률은 경제적 결과다, 동시에 원인이기도 하다
실업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실업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의 투자 감소, 다시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특히 청년실업이 길어질 경우, 해당 세대 전체의 생애소득 곡선이 낮아지고, 이는 국가 경제의 장기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고용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단기 실업률 상승이 곧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단기 일자리를 늘려서 숫자를 개선하는 방식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질 높은 일자리, 지속가능한 고용 창출, 산업구조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실업률은 경제의 체온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체온계의 숫자만으로 건강을 진단할 순 없다. 체온이 정상이더라도 몸이 아플 수 있는 것처럼, 실업률이 낮더라도 국민이 느끼는 고용 불안은 클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 속 사람들의 삶이다. 정부와 기업, 사회 전체가 이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정책으로 이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숫자를 넘어 사람을 보는 경제, 이것이 진짜 경제지표가 말해야 할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