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와 실거래가 격차 해소, 숨은 세금의 진실

 


해마다 5월 말이면 전국의 토지 소유자들은 한 번쯤 뉴스에 주목하게 됩니다. 국토교통부가 공표하는 '개별공시지가' 때문입니다. 국·공유지를 제외한 전국 모든 필지의 땅값이 정부에 의해 매겨지는 이 시점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숫자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누군가는 몇십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고, 누군가는 보유세 기준에 걸려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시지가는 예전에는 그리 주목받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실거래가 대비 공시지가는 터무니없이 낮았습니다. 공시지가를 보고는 도대체 이 땅이 진짜 이 가격에 거래가 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수준이었지요.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과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명분 아래, 공시지가 현실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습니다.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9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겉보기에야 시장의 반영률이 높아진 것이니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숫자들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가계에 부담을 주기 시작한 것이지요.


공시지가, 세금의 출발점

공시지가는 부동산 세금의 기준점이 됩니다. 흔히 말하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건강보험료까지 이 공시지가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재산세는 매년 6월과 9월에 부과되는데, 과세표준이 바로 이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정해집니다.

재산세는 원칙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개별공시지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세금도 따라 오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어느 필지 공시지가가 1년 만에 15% 올랐다면, 해당 토지를 보유한 사람은 별다른 거래나 개발을 하지 않았어도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곧 '보유' 자체에 대한 과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옛날처럼 땅을 가지고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하던 시대는 지나간 셈이지요. 이제는 땅이 있으면, 세금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 됐습니다.


개별공시지가 인상, 조세 정의인가 부담 전가인가

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을 통해 조세 형평성과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강조합니다. 과거처럼 거래가에 비해 공시지가가 지나치게 낮으면, 부동산 보유세는 왜곡되고 조세 회피의 여지가 많아집니다. 형평성 측면에서 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동일한 가치를 가진 자산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히 정당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실거래가와 공시지가가 가까워질수록, 실제 세 부담은 급격히 증가합니다. 특히 현금 흐름이 제한적인 고령층이나 은퇴자, 또는 장기 보유 목적의 실수요자들은 이 같은 세금 인상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부동산을 팔 생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공시지가로 인해 매년 늘어나는 세금을 감당해야만 합니다. 결국 현실화율이 높아질수록 세 부담은 더 넓고 깊게 사회 전반으로 확산됩니다.


세금이 곧 정책이다

재산세는 단순한 수치가 아닙니다. 정부가 어떤 경제철학을 갖고 있는지, 부동산을 어떻게 다루고 싶은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정책 수단입니다. 세율을 조정하거나 공시지가를 손보는 방식으로 정부는 '부동산을 가진 자'에게 어떤 시그널을 주려는 것일까요?

최근 몇 년 사이 정부는 공시지가를 점진적으로, 그러나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조치라기보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 전환을 암시하는 신호입니다. 실거주 목적 외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고, 투기 수요를 억누르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기는 세금 부담은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자산가가 아닌 일반 국민의 경우, 이 변화가 체감되는 무게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향후 방향은 어디인가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정부는 향후 몇 년간 단계적으로 공시지가 반영률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곧 재산세 등 보유세의 지속적 증가를 의미합니다. 세금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의 세금 체감도도 높아질 것입니다.

공시지가와 재산세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이 부동산은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가?"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질문이지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숫자만 보지 말고, 그 숫자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살펴야 할 것입니다. 공시지가 현실화는 세금 정의의 출발일 수는 있지만, 그 끝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회적 합의와 배려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