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은값 상승과 은의 공급부족 현상으로 백워데이션과 콘탱고 개념 설명하기
요즘 금과 은 가격이 연일 새로운 고점을 찍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달러 가치의 약화,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 인플레이션 압력, 공급사의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은 ‘지금’의 실물 가격과 선물 가격 간의 괴리를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은의 공급 부족이라는 현실을 중심으로, 백워데이션과 콘탱고가 무엇인지, 지금 금·은 시장에서 어느 쪽 가능성이 더 큰지 차분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콘탱고(contango)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의 본질
콘탱고는 미래의 선물가격이 현재의 실물 가격보다 높거나, 가까운 만기의 선물보다 먼 만기의 선물이 더 높은 가격을 갖는 구조입니다. 이는 물건을 저장하고 보험을 들어야 하거나 자본을 묶어야 하는 비용, 그리고 미래 가격 상승 기대가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금고나 창고에 은을 보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이자율이 높으며 투자자들이 미래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면 선물 가격은 실물보다 더 높아지는 콘탱고 구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백워데이션은 현재 실물 가격이 미래의 선물가격보다 높거나, 가까운 만기 선물이 더 비싼 구조입니다. 이는 바로 ‘지금 물건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계약보다 더 중요하다’는 수요가 있을 때, 또는 공급이 현재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생합니다. 재고가 부족하거나 운송·보관 인프라가 제한적이며, 시장 참여자들이 즉시 인도 가능한 실물을 확보하기 원할 때 백워데이션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지금 금·은 시장이 백워데이션 상태인 이유
첫째, 은 시장의 공급 부족은 단지 단기적 현상이 아닙니다. 태양광, 전자제품, 전기자동차 같은 산업 부문에서 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재활용 은의 회수율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으며, 광산 생산 역시 은만을 위해 규모를 급속히 늘리기 힘든 구조적 제약이 존재합니다. 이 말은 “지금 당장 실물을 확보하기 원하는 수요”가 많다는 뜻입니다.
둘째, 통화정책의 방향성과 달러의 상대적 가치 하락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 연준의 독립성 약화 우려 등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키우고 있으며, 화폐의 구매력 저하에 대한 불안이 실물자산 쪽으로 투자자들을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셋째, 선물시장과 실제 재고(실물) 사이의 간극이 커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선물 시장에서는 미래의 생산, 운송, 저장 가능성 등을 반영하지만, 실물 시장에서는 ‘지금 당장’ 수요자들의 손에 들어갈 물건이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실물 재고가 적고 즉시 인도가 가능한 은이나 금이 부족하다면, 실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상회하는 백워데이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콘탱고 구조가 유지되거나 강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래에 금리 상승이 예상되거나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면, 선물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 쪽으로 시장 기대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저장비용이나 보험, 금융비용이 높아질수록 콘탱고가 유지되기 쉬우며, 공급 측면에서 새로운 광산 가동이나 재활용 증대 등의 긍정적 신호가 나타난다면 그 방향성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릴 수 있는 판단
금과 은 시장은 현재 백워데이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특히 은은 산업수요 증가와 공급 회복의 제약이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으므로, 실물을 즉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라면 단순히 선물 시장의 흐름만 따르기보다, 가까운 만기의 선물 대비 실물 확보 가능성, 재고 수준, 공급 전망, 통화정책 및 인플레이션 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지금처럼 화폐의 가치가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이 커질 경우, 거대 자본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콘탱고 구조에 베팅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현재의 실물가치보다 미래의 자산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하게 되면, 오히려 먼 만기의 선물에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시장은 콘탱고 곡선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지금 부족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가치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장기적 전망이 시장 구조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금과 은 시장을 바라볼 때, 지금 눈앞에 보이는 가격만이 아니라, 그 가격이 미래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읽어야 할 시점입니다. 실물과 선물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지고, 그 무너진 균형을 어떤 방향에서 회복하려는지를 읽는 것이,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통찰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