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개지원대출, 통화정책 무력화에 대응하는 한국은행의 묘수: 실효하한금리 시대의 전략적 선택

 


한국 경제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인구가 빠르게 줄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 투자에도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기존 방식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실효하한금리'에 다다른 것이죠. 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거나 내려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은행이 주목하는 새로운 정책 수단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중개지원대출'입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쉽게 말해,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이 다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에게 대출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없을 때 필요한 대안

과거에는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를 낮추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를 내려도 기업과 가계가 돈을 쓰지 않으니 경기를 살리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금리가 너무 낮아지면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자산 가격만 자극해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의 거품을 키울 위험도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금융중개지원대출입니다. 이 제도는 금리를 건드리지 않고도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같은 취약한 부문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미 몇 차례 이 제도를 활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이 더딜 때, 특정 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리고 지난해 계엄사태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금리를 크게 내리지 않고 금중대를 통해 자금을 공급했습니다. 이는 금리를 조절하지 않고도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으로서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효과적인 이유는?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하게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금리를 낮추면 모든 경제 주체가 영향을 받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특정 업종이나 계층에 집중할 수 있어 정책의 효율성이 높습니다.

또한, 시장의 왜곡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금리를 무리하게 내리거나 양적완화 같은 정책을 쓰면 부작용이 많지만, 금중대는 비교적 안전한 방식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은행과 기업 사이의 신용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다

물론 모든 정책이 그렇듯, 금융중개지원대출도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정책이 잘못 설계되면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자원이 낭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을 받은 기업이 자금을 잘못 활용하거나, 은행이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출을 꺼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이 제도를 설계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먼저, 지원 대상과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자금이 꼭 필요한 부문에만 가도록 하고, 무분별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전체 대출 규모나 기간도 조절하면서 경기가 회복되면 점차 이 제도를 축소하는 출구 전략도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

앞으로 한국 경제가 고령화와 성장 둔화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더 깊이 빠져들수록, 통화정책의 전통적 수단은 점점 힘을 잃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을 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처럼 자금 접근성이 낮은 부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제도가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닙니다. 함께 추진되어야 할 구조개혁, 노동시장 개선, 재정정책과의 연계 등이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통화정책의 새로운 무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리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이 묘수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고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성패를 가를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