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은값 차이, 적정 비율은 몇 배가 정상일까?

 


귀금속 실물 가운데 금과 은은 늘 투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존재입니다. 특히 금은 안전자산의 대표격으로, 은은 실물 수요와 투자수요를 겸하는 특수한 자산으로 취급받습니다. 이 둘의 가격은 전 세계 선물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결정되며, 가격 비율은 시기마다 큰 폭으로 요동치곤 합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던 시기, 금-은 비율은 무려 120배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신호였고, 이후 비율은 빠르게 줄어들며 60배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금값이 가파른 랠리를 보이면서 이 비율은 다시 90배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과연 금과 은의 가격차는 몇 배 정도가 적정한 걸까요?

금과 은, 서로 다른 경제적 속성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금과 은의 속성을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은 그 자체로 희소성이 높고, 통화 체계의 근간을 이뤘던 자산입니다.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 비축량, 각국의 금 수입량,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값을 움직입니다. 반면 은은 전자, 태양광, 의료 산업 등 다양한 실물 수요처를 가진 금속입니다. 동시에 투자 수요도 무시할 수 없기에, 금과 다른 독자적인 가격 흐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두 자산의 가격이 한 줄로 비교된다는 것은 사실상 일정한 비율을 고정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적 흐름을 통해 보면 대략적인 평균값은 도출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이후 금-은 비율은 평균적으로 60~70배 수준에서 움직였습니다. 특히 금본위제가 폐지된 1971년 이후로는 50~80배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으며, 극단적인 상황(금융위기, 팬데믹)에서만 100배 이상 벌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비율은 과도한 괴리일까?

따라서 현재의 90배 수준은 다소 과열된 국면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 판단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최근 금값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증가,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요인, 그리고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 심리가 결합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은은 여전히 공급과잉 우려, 산업 수요 둔화 등이 발목을 잡고 있어 상승 탄력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는 금-은 비율

그렇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금-은 비율이 너무 벌어진 시점은 오히려 은에 대한 비중을 재조정할 기회로 볼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비율이 다시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산업 회복세가 본격화되거나, 은의 친환경 수요(전기차, 태양광 등)가 증가하는 구간이 오면 은 가격의 반등은 충분히 기대해볼 만합니다.

결국 금-은 비율의 적정선은 하나로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60배 안팎의 구간이 비교적 균형 잡힌 시세라고 볼 수 있으며, 80배 이상 확대될 경우 일시적인 괴리로 간주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볼 만한 여지가 생깁니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시점

지금처럼 금값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국면에선 단기적으로 금에 쏠리는 현상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귀금속 시장의 평균 회귀 성향을 고려할 때 은의 상대적 매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여러 차례 과거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금-은 비율이 역사적 평균을 크게 벗어났을 때는 항상 균형을 향한 되돌림이 일어났습니다.

귀금속 투자에 있어 중요한 것은 특정 시점의 가격이 아니라, 그 가격이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안목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그 안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