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임대 현실, 빈집은 많은데 왜 임대주택은 없을까?
지방 소도시나 농촌으로의 이주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삶, 혹은 창작과 치유를 위한 공간을 꿈꾸며 ‘지방살이’ 또는 ‘한달살기’, ‘일년살기’를 계획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 할 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특히 가장 먼저 마주치는 난관은 바로 ‘집’입니다. 빈집은 수두룩하지만, 정작 머물 수 있는 집은 찾기 어렵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겉보기에 ‘비어 있는 집’은 많아 보입니다. 시골 마을을 둘러보면 문이 굳게 닫혀 있는 집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누군가 살던 흔적은 있지만, 지금은 사람의 온기가 빠져나간 듯한 그런 집들 말입니다. 그런데 왜 이 많은 집들을 누구 하나 임대하려 하지 않을까요? 단지 귀찮아서, 혹은 외지인을 경계해서일까요? 사실 사정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시골집, 수십 년 세월을 품다
지방의 빈집들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 이상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멘트보다 흙과 나무가 주재료였던 시절에 지어진 집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집을 사람 살 수 있을 만큼의 상태로 유지하려면 필연적으로 ‘손질’이 필요합니다. 수도관을 갈고, 전기 배선을 정비하고, 벽과 지붕을 보강해야 합니다. 창틀 하나 교체하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꽤나 들어갑니다.
임대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세입자가 생활 가능한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여름엔 덥지 않고 겨울엔 추위에 떨지 않도록 단열 작업도 해야 하고, 곰팡이나 벌레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결국 집 한 채를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선 리모델링 비용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비용이 보통이 아닙니다.
임대수익보다 더 큰 수리비용의 역설
시골집을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수도, 전기, 보일러 등 필수 설비를 교체하고, 오래된 마룻바닥이나 벽지를 손보는 것만으로도 수백에서 수천만 원이 듭니다. 그런데 정작 임대료는 어떨까요? 지방의 경우 월세 20~30만 원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굳이 돈 들여가며 집을 고쳐 임대를 줄 유인이 적습니다. 심지어 리모델링을 하고 나면 각종 세금이나 규제가 따라붙을 수도 있어 더 꺼려지게 됩니다. 결국 집은 집주인의 손을 떠나 방치되기 쉽고, 그렇게 또 하나의 빈집이 탄생합니다.
정부 정책, 기대는 되지만 갈 길은 멀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농촌 빈집 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노후한 시골집을 리모델링해 청년이나 귀촌 희망자들에게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정부가 일정 부분 비용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운영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방향성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최소한 집이 ‘쓸모 있는 자산’으로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범사업 단계이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예산도 한정돼 있고, 참여를 원하는 집주인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수익성이라는 경제적 논리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단순히 리모델링 지원을 넘어서, 장기적인 관리 체계와 시장 논리를 보완할 수 있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도시민의 수요와 시골의 공급이 맞물리는 지점
사실 지방살이를 원하는 수요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단지 머물 공간만 주어진다면, 1년이든 3개월이든 기꺼이 살아보고자 하는 도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살아보는 것’이 귀촌이나 지방 이주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수요를 지역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지방의 소멸 위기 역시 심각합니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마을은 점점 공동화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새로운 활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빈집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단지 주거 문제를 넘어 지방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지원을 넘은 ‘연결’입니다. 집을 고칠 의지가 있는 집주인과 살아보고 싶은 도시민을 매칭시키는 플랫폼, 집수리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과 예산 지원, 그리고 장기적인 운영을 위한 로컬 주체의 육성이 필요합니다.
시골집은 단지 오래된 집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삶의 시간, 지역의 기억, 공동체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집들이 다시 사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 자체가 지역경제를 다시 숨 쉬게 하는 일입니다. 시골집 임대,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을 다시 살리는 경제적 과제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