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마케팅의 경제학, 칸초가 남긴 부가가치의 비밀: 어떤 마케팅 기법일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칸초'.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그 작고 동그란 초코과자가 최근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과자는 그대로인데 소비자의 반응은 달라졌다. 과자의 겉면에 '영희', '민수', '지후' 같은 이름들이 새겨져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관심은 놀랍도록 빠르게 폭발했다. SNS에는 "내 이름 나왔다!", "남자친구 이름이야!"라며 인증샷이 넘쳐나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금세 '이름 수집' 놀이의 장이 되었다.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라, 재미있고 반가워서, 그리고 '나'와 연결된 그 어떤 감정 때문이었다.


정체성과 연결된 소비 심리

이름마케팅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다. 이것은 감성의 경제학이다. 제품을 통해 소비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방식, 즉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심리적 유대를 형성하는 전략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소비자의 자기참조(self-reference)'라고 부른다. 소비자가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요소를 제품에서 발견했을 때, 그 상품에 더 큰 애착을 느끼고 구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사실 이 전략은 새롭지 않다. 2011년, 코카콜라는 "Share a Coke" 캠페인으로 병 라벨에 사람 이름을 넣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호주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졌고, 그 해 판매량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는 종종 있었지만, 칸초처럼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제품에서 이름마케팅을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낸 사례는 드물다. 이쯤 되면 '왜 하필 이름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개인화 전략

이름은 가장 원초적인 정체성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민감하다. 길거리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리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이메일 제목에 이름이 들어가면 클릭률이 높아진다. 마케팅에서 개인화 전략이 강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신만을 위한', 'OOO님께만' 같은 문구가 반복되는 이유다. 이름은 단어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호명이며, 존재의 증명이기 때문이다.

칸초의 이름마케팅은 제품의 단가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에 감성 프리미엄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500원짜리 과자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되고, 연인끼리 교환하는 메시지 수단이 된다. 이처럼 이름을 통한 감성 자극은 바이럴 효과로 이어지며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성과를 거둔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는 '낮은 비용으로 높은 파급력'을 만들어내는 이상적인 ROI(Return on Investment) 전략이다.


초보 브랜드를 위한 전략적 접근

초보 브랜드일수록 이름마케팅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제품력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와의 첫 접점에서 눈길을 끌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하지만 이름이 적힌 제품은 그 자체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자발적 광고, 즉 'Earned Media'의 기회를 뜻한다.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무기다.

또한 이름마케팅은 팬덤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정 이름이 인기 이름 리스트에 등장하면 관련 이름을 가진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선호하게 되고, 반복적인 구매와 공유를 통해 브랜드에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팬덤은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시킨다. 정체성이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시대에, 이름마케팅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방식의 브랜딩 전략이다.


이름마케팅은 어떤 마케팅 기법인가?

칸초처럼 이름을 제품에 활용하는 방식은 학문적으로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분류할 수 있다:

  •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 소비자의 정체성에 맞춘 개인화 전략

  • 자기참조 효과(Self-reference Effect): 소비자 자신의 정보와 관련된 제품에 끌리는 심리 현상

  • 감성 마케팅(Emotional Marketing): 감정을 자극해 행동을 유도하는 전략

  • 브랜드 인게이지먼트(Brand Engagement):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와 브랜드 유대 강화

  • 버저 마케팅(Buzz Marketing): 소비자 사이의 입소문을 유도하는 방식

이러한 이론들은 이름마케팅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정서적 연결을 설계하는 정교한 전략임을 보여준다.


이름 한 줄이 만든 경제적 파급력

이름마케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 트렌드가 바뀌어도 사람은 여전히 감정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감정의 시작은 때때로 이름 한 줄에서 비롯된다. 칸초가 보여준 그 작지만 강력한 연결의 방식은, 지금 이 시대 모든 브랜드에게 유효한 힌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