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소득 VS 실질소득: 가계소득보다 빠른 물가상승, 우리가 체감하는 진짜 월급

 


물가가 오른다. 밥값이 오르고, 전기요금이 오르고, 심지어 편의점에서 사 먹던 삼각김밥조차 예전만 못하다. 그런데 내 월급은 그대로다. 아니, 숫자는 조금 오르긴 했다. 연봉 인상률 3%라는 말을 들으면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같은 시기 소비자물가지수가 5% 이상 상승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는 숫자만 보고 착각하기 쉽다. 수입이 늘었다고 착각하는 순간, 진짜 내 삶의 가치는 줄어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돈의 숫자가 아니라,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바로 "명목소득과 실질소득" 이야기다.


명목소득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월급, 연봉, 시급 등의 수치는 전부 '명목소득(Nominal Income)'이다. 숫자로 표기된 그대로의 소득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월 300만 원을 받았고, 올해 310만 원으로 올랐다면, 명목소득은 3.3%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숫자가 실생활에서의 '삶의 질'과는 별개라는 데 있다. 월급이 10만 원 올랐다고 해도, 같은 기간에 물가가 15만 원만큼 올랐다면 우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명목소득은 겉으로 보이는 숫자일 뿐, 실제 우리가 느끼는 소득의 가치와는 다를 수 있다.


실질소득이 말해주는 진짜 삶의 무게

실질소득(Real Income)은 명목소득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실제 구매력을 측정한 소득이다. 쉽게 말해,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를 따지는 개념이다. 만약 명목소득이 그대로인데 물가만 오른다면, 실질소득은 감소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A씨는 2023년에 월급 300만 원을 받았고, 2024년에도 똑같은 금액을 받는다. 이 경우 명목소득은 변하지 않았지만, 2024년에 물가가 5% 올랐다면 A씨의 실질소득은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작년에 사 먹던 점심이 8천 원이었는데, 올해는 만 원이라면 같은 돈으로 더 적게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계의 체감경기는 실질소득을 따른다

정부나 기업은 명목소득 지표를 내세우며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체감경기는 왜 이리 나쁘냐"고. 그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들은 숫자가 아니라 '생활'을 기준으로 경기를 체감하기 때문이다.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지갑은 더 조심스러워지고, 소비는 위축된다. 결국, 경제 전체의 활력도 함께 떨어진다.

실질소득이 낮아지면 생기는 경제적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소비가 줄면 자영업자 매출이 줄고, 이는 다시 고용과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소득 문제는 국가 경제의 체온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명목소득 인상의 함정, 실질소득을 보라

이제는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봉이 올랐다고 무조건 기뻐할 일이 아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내가 얻는 소득이 증가했는지를 따져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 인상하면서 "그래도 월급 올려줬다"고 말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건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자신의 소득 변화를 실질 기준으로 계산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둘째, 금융 상품 선택 시 실질 수익률을 따지는 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발표를 명목수치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활비 앞에서 체감하는 경제의 진짜 얼굴

결국 경제는 거대한 통계가 아니라, 오늘 점심 한 끼 값에서 시작된다. 한 가정의 장바구니 물가, 한 청년의 월세, 한 노인의 병원비가 모여 국가 경제의 실체가 된다. 명목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이거나 후퇴하고 있다면 우리는 더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를 안다는 건 숫자를 아는 게 아니다. 숫자 너머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제는 명목소득에만 안주하지 말고, 실질소득이라는 렌즈로 우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