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필수지식, MPU와 HBM의 차이까지 한눈에 이해하기
정부가 이토록 자주 경제 관련 브리핑을 내놓은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관련된 발표가 거의 매주 나오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투자,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 AI 인재 육성, AI 윤리 기준까지… 온 나라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야기로 떠들썩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AI라는 개념조차 낯선 분들에게 이 모든 뉴스가 마치 외국어처럼 들린다는 데 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용어들은 GPU, HBM, 파운데이션모델, 피지컬AI, 로봇AI, MPU 같은 단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말 그대로 'AI 경제용어의 숲'이 펼쳐진 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숲을 천천히 걸어보려 합니다. 가능하면 쉽고 현실적인 언어로 설명드리겠습니다.
GPU와 HBM, AI 뇌의 엔진과 연료
먼저 GPU입니다. 흔히 CPU는 컴퓨터의 머리라 불리죠. 그럼 GPU는 무엇일까요? 그래픽카드에서 나오는 용어인데, 지금은 'AI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해졌습니다. GPU는 수천 개의 코어를 활용해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AI 모델이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계산해야 할 때 이 병렬 처리 능력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GPU 혼자선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엔진도 연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출력을 낼 수 없듯, GPU도 메모리 대역폭이 좁으면 성능이 제한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HBM(High Bandwidth Memory)입니다. 일반적인 D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GPU에 전달해주는 고속 메모리입니다. HBM은 GPU 바로 옆에 탑재돼 초당 수백 기가바이트 수준의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합니다.
결국, GPU와 HBM은 AI 모델 학습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하나가 빠르면 다른 하나도 빠르게 움직여야 하죠. 이 때문에 HBM을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지가 AI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 AI의 백과사전
최근 뉴스에서 자주 들리는 '파운데이션모델(Foundation Model)'이란 단어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는 GPT나 구글의 파암(PaLM), 메타의 라마(LLaMA)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런 모델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학습해 거의 모든 분야에 두루 활용될 수 있는 '기초 지식 모델'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파운데이션모델은 마치 산업 전반에 깔리는 디지털 인프라처럼 작동합니다. 한 번 학습시켜 놓으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맞춤형 AI 서비스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이 모델을 선점하려 경쟁하고 있고, 각국 정부도 자체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도 '하이퍼클로바X' 같은 국산 모델을 키우고 있으며, 향후 이 모델이 교육, 금융, 제조,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피지컬 AI와 로봇 AI, 가상의 경계를 넘다
AI가 단지 소프트웨어 안에서만 작동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AI는 현실 세계와 직접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점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피지컬 AI(Physical AI)입니다.
피지컬 AI란, AI가 현실의 물리적 세계와 연결되어 직접 작동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에서 AI가 기계를 제어하거나, 자율주행차가 도로 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주행하는 것이 피지컬 AI의 사례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로봇 AI가 등장합니다. 이는 AI가 단순히 기계 장치를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로봇 안에 들어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형태입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만나면, 그 자체로 경제적 부가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생산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진보에 그치지 않습니다. 제조업의 자동화 수준, 물류 산업의 효율성, 고령화 사회에서의 돌봄 로봇 등 경제적 파급력이 엄청납니다.
MPU, 새로운 경쟁의 무대
이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MPU(Memory Processing Unit)는 AI 반도체 경쟁의 새로운 키워드입니다. 쉽게 말하면, '메모리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하는 장치'입니다. 기존에는 CPU나 GPU가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꺼내와 계산한 뒤 다시 저장하는 방식이었지만, 이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도 많이 소비됩니다.
MPU는 메모리 안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함으로써 이러한 비효율을 극복합니다. 이는 곧 전력 효율성과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의미입니다. AI 학습이 점점 대규모화되면서, 연산 효율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상황에서 MPU는 주목할 만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기술이 초기 단계에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 사회, 그리고 일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근본적인 힘입니다. GPU와 HBM의 기술적 조합, 파운데이션모델의 플랫폼화, 피지컬 AI와 로봇 AI의 실물 경제 침투, 그리고 MPU라는 새로운 전장까지… 지금의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용어 하나라도 정확히 이해하고, 흐름의 본질을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이 변화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