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과 반등, 미국 유동성 정책이 만든 착시
비트코인을 두고 사람들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어떤 이는 그것을 '디지털 금'이라 칭하며 새로운 금융 질서의 핵심으로 보고, 또 다른 이는 거대한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이 미국의 통화정책, 그중에서도 유동성 공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의 급등, 연준의 손길에서 시작됐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비트코인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기술에 관심 많은 이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이 자산은 2020년 이후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됩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전례 없는 규모의 양적완화(QE) 정책을 시행합니다.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했습니다. 전통적인 채권의 수익률은 바닥을 쳤고, 현금은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그 틈을 비트코인이 파고든 것입니다. 단순히 기술적 혁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넘치는 달러가 갈 곳을 잃자, 상대적으로 공급이 제한적인 자산에 대한 수요가 치솟았습니다.
유동성이 만들어낸 착시
비트코인의 상승은 근본적인 가치를 반영하기보다, 유동성 환경 속에서 발생한 '가격의 착시'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연준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자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비트코인이 그동안 어떤 환경에서 부풀려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디지털 자산이 가지는 기술적 잠재력은 분명 존재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와 투명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가능성과 자산의 시장 가격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투자자들이 착각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미래다"라는 믿음 뒤에는, 실은 넘쳐흐르는 달러의 힘이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유동성 흡수 도구로서의 비트코인
최근 비트코인이 다시 급등한 사례는 그 성격을 더욱 명확히 보여줍니다. 연준이 양적긴축(QT)의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자,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반등했습니다. 이 반응은 자산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라기보다, 유동성 기대감에 따른 투기적 수요의 회귀로 해석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에는 법정화폐처럼 국가의 지급보증이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 사용 사례 역시 제한적입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아무런 내재적 가치가 없는 상태에서 시장의 기대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이 이 허상에 몰리는 현상은, 비트코인이 본질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실체 없는 자산에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 자체가 지금의 자산시장이 얼마나 통화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는 건강한 자산시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유동성 공급과 회수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가격이 좌우된다면, 그것은 자산이 아니라 투기의 장에 더 가깝습니다.
통화정책이 바뀌면 서사도 바뀐다
2022년 이후 연준은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여파는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위에서 성장해온 비트코인은 그 기반이 흔들리자 자연스럽게 가격 조정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는 단지 시장의 반응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기존의 화폐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상은, 현실의 금리와 유동성 조절이라는 도구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할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기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지나치게 큽니다. 그 불안정함은 결국 통화정책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고 마는 것입니다.
자산인가 환상인가
비트코인이 진정한 자산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환상인지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가격 상승이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경제의 통화정책, 그리고 그로 인한 유동성이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은 유동성 장세의 대표적 수혜자였습니다. 하지만 유동성의 파도가 빠져나가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 순간에도 비트코인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질문일 것입니다.
지금의 비트코인은, 어쩌면 미국 연준이 만들어낸 신기루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신기루는 본질적으로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