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드레싱과 연말 증시,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착시효과

 


윈도드레싱 효과, 연말 경제지표에 어떤 흔적을 남기나

한 해의 끝자락에 접어들면 신문 경제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윈도드레싱(Window Dressing)'입니다. 창문을 예쁘게 꾸민다는 이 단어는 사실 경제나 금융의 세계에서는 꽤 전략적인 행위를 뜻합니다. 특히 기업이나 자산운용사, 정부기관들이 연말을 앞두고 실적이나 지표를 일시적으로 좋게 보이도록 조정하는 일종의 착시 전략이죠.

표면적으로는 성과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윈도드레싱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며, 우리 경제와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숫자의 미학과 경제의 착시

경제지표는 말 그대로 숫자로 구성된 신호체계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실업률, 성장률, 기업실적 등 모두 숫자로 표현되며, 이 숫자는 정책 결정이나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됩니다. 문제는 이 숫자들이 항상 진실을 담고 있는 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기업들은 재무제표 상의 부채를 일시적으로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거나, 일시적인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합니다. 자산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에서 부진한 종목을 제거하고, 인기 있는 종목을 새롭게 편입해 실적이 좋아 보이도록 꾸미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이처럼 일시적이고 전략적인 숫자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바로 윈도드레싱입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연내 지출을 억제하거나, 세수 추계를 보수적으로 잡아 전년 대비 수치를 좋게 보이도록 만드는 식의 방법도 존재합니다. 결국 이는 경제의 본질적 변화 없이 지표만이 변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 착시를 유발합니다.


연말 증시와 윈도드레싱의 상관관계

연말 주식시장이 다소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단순한 계절적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자산운용사나 펀드매니저들이 연말 평가를 의식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인기 종목에 대한 매수가 몰리는 경향이 생기며, 이에 따라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납니다.

이때 투자자들은 실적 개선이나 미래 전망이 좋아져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가 상승은 연초가 되면 빠르게 반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연말의 강세장이 반가운 기회가 아니라 조심해야 할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연말에는 배당락을 앞두고 배당주 중심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가에 일시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지기도 합니다. 이 역시 윈도드레싱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질적 가치 상승보다는 장부상 혹은 외형상 이익을 강조하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숫자에 속지 않기 위해

그렇다면 투자자나 소비자,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윈도드레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숫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입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해석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투자자들은 연말연시의 주가 흐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기업의 장기적인 펀더멘털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회계상 수익보다 현금흐름을, 단기 실적보다 산업 내 경쟁력을 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정부 정책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발표된 경제지표가 개선되었다고 해서 실제로 국민의 삶이 나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시적인 지표 개선이 아닌,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실질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숫자 이면의 진실을 꿰뚫는 힘

경제는 숫자로 말합니다. 그러나 그 숫자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지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 합니다. 특히 연말연시처럼 겉모습이 중요해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윈도드레싱은 어느 한 주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 금융기관, 정부 모두가 연말을 맞아 저마다의 이유로 숫자를 꾸밉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언론과 보고서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고, 시장과 소비자들은 그것을 근거로 판단을 내립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를 보는 눈입니다. 수치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맥락과 동기를 파악할 수 있어야 진정한 경제적 통찰이 생겨납니다. 연말의 수치를 대할 때, 한 번쯤 그 수치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숫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지적 태도일 것입니다.